부엌 싱크대에서 딸기를 씻다
유난히 커 보이고 싱싱한 게 내 눈에 쏙 들어온다.

나도 모르게
내 입안으로 들어 놓으니
" 어마!!!!!!!!! " 하고 소리 지를 뻔했다.
맛이 좋아서가 아니라 부부싸움을 하고 난 후
일종의 복수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과일을 씻고 자를 때마다
제일 큼직하고
제일 싱싱하고,
제일 맛있어 보이는 것은
무조건 식구들에게 양보해 오던 나로선 기가 막힌 반전이자
무혈의 혁명이었다.

표도 안 나는 일인데 왜 그렇게 바보같이 양보만 했을까....
'복수'라고 생각하자 억울했던 지난날 대신
신이 났다.

비교를 하자면
비행기 탑승 시간을 놓친 것을 알고 놀란 마음으로 게이트로 뛰어갔는데
무슨 이유인지 출발 시간이 연착이 되어 무사히 탑승을 하게 되었을 때의 그 안도감
상쾌(爽快),
통쾌(痛快),
유쾌(愉快),
흔쾌(欣快)
세상에 존재하는 쾌(快)는 다 먹어치운 듯

세상에는 남의 재산을 빼앗거나
남의 목숨을 뺏으려고
피를 보는 복수도 있지만
나처럼
가장 신선하고 맛나 보이는 것을 제일 먼저 먹어버리는
소소하고 달콤한 복수전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날이기도 했다.

그날 이후로
먹을 것을 담을 때마다
세심하게 내 몫을 먼저 챙기는 게 습관이 되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특허를 낸 듯
통쾌하다
진작부터 그럴걸
하 하 하 ~~

음악:나는 행복한 사람-이문세
글과 사진(펌)/작성
이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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