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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自繩自縛)

큐팁 2026. 1. 1. 04:20

 

주고받고 하다 보니

어느새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불(火)'의 기운을 가진 말띠해)를 맞이했다.

 

 

날이 바뀐 것과는 달리 해가 바뀌게 되면

사람들은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별의별 각오로 다짐을 한다

비록 작심삼일 (作心三日)이 될지라도....

그렇다면 나의 각오는 뭘까...

<

 

 

미주중앙일보사에서 한인이민자들을 위해 'J Blog'라는 안방에다

'이슬'이라는 간판을 걸어놓았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적합한 사진 그리고 음악을 올려놓고

이민자들끼리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약 10년 동안 유유상종을 했다.

 

블로그 활동이 활발해지게 되자 자연적으로 내방을 찾아오는 단골블로거들도 많이 생겼다.

 

 

내 방의 특징이라면

유난히 댓글들이 많이 달린다는 점이었다.

내가 올리는 글에 대한 반응이 의외로 많았다는 해석이다.

그 후로

미주중앙블로그가 폐쇄가 되었고 지금은 한국에 있는 -T Story- 에서 둥지를 틀었다.

 

 

미주중앙블로그 활동 시에 생겼던 습관이 있는데

바로

Action 에는 Reaction이 있는 게 당연하다는 믿음

하지만

그러한 생각이 빚어낸 버릇과 습관이 결국 나를 옭아매고 속박시킨다는 것을

최근에 와서야 깨닫게 되었다.

 

 

예를 들면

내 글을 주변에다 보내놓고는 반응을 기다리는데

대체로 묵묵부답(默默不答)이다.

형식적인 한마디도 좋고

입에 발린 소리도 좋고

통상적인 반응마저 좋고

이모티콘도 좋은데...

그 무심함에 더 이상 보내기를 포기하고자 했다가

그중에 매번 댓글을 보내주는 사람들 때문에 다시 용기를 낼 수가 있었다.

 

 

 

다시는 보내지 않겠다고 자책 중에 결심은 해놓고

또 보내고 있는 자신이 한심스러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왜 

나는 스스로 힘겹게 무덤을 파고 있을까?

차라리 글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이런 어쩌구니 없는 실망은 없을 텐데 말이다...

 

비슷한 예를 든다면

선물을 보내거나 도움을 주고 나면

그에 대한 반응을 기다린다.

 

하루 이틀 그리고 사흘까지는 편하다가

계속 반응이 없게 되면 그때부터 온갖 생각이 나를 옭죄이기 시작한다.

내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내 도움이 시원찮았나.. 등 등

 

 

참고로: 나는 20여 년 전부터 성탄절 선물을 중단시켰다.

보내지 않으니 당연히 오는 것도 없다. 

인지상정 (人之常情)이다.

Action 이 없으니 Reaction에 대한 기대도 없다.

'반응' 따위로부터 해방이 된 셈이다.

 

글을 괜히 보냈나...

에이 보내지 말 것을...

내 도움이 민폐가 되었나...

 

 선물은 받아보니 대체로 무용지물이다.

받았으니 답례로 선물을 보내 긴 했으나 그대부터 걱정이다.

제발 무용지물은 아니길...

결국 자승자박 (自繩自縛)이다.

 

 

 

2026년부터는

아무 말 없는 이들에게 굳이 글을 건네지 않기로 했다.

섭섭함 때문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해서다.

반응이 없는 세상이 문제가 아니라 반응을 구하던 나의 방식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나 자신을 소모시키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만든 기대에서 조용히 빠져나오고 싶다.

 

이 글을 보내고 난 후부터.... 

 

 

말이 줄어든 자리에서, 마음은 오히려 뚜렷해진다.

 

 음악: Arvo Part, Spiegel im Spiegel

 

 

글과 사진/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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