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창밖을 내다보니
밤새 함박눈이 소복이 쌓여있는 모습이

마치
혼탁한 이 세상을 둘러싸고 있는 아픔의 상처를 포근하게 덮여주 듯
사방은 하얀 침묵이 감싸고 있다.

새벽예배를 드리기 위해 큰길로 들어서니
대기 중인 제설차량에서 비취는 불빛이 분주하게 흐린 새벽을 깨우고 있다.

세상은 일시적으로 숨을 멈춘 듯

고요가 찾아와 온 마을을 잠재우고 있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길을 따라

만나는 설경에 빠져들기 시작하자

한때 눈 내리는 날이면 꼭 챙겨보던
'Dr. Zhivago' 영화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인 유리 지바고와 라라가 머물고 있던
얼음궁전 '바리키노 저택' 을 떠올리며 걸었다.


유난히 나무가 많아서인지

집집마다 힘겹게 눈송이를 업고있는 나뭇가지 사이로

세찬바람 지나가는 소리가 얼핏 보인다.

애처로울 정도로 무게에 짓눌려져있을 망정
꺾이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게 대견하다.

법정스님의 산문집 '무소유' 에서 읽었던
'눈'이 생각나게 하는 찰나이기도 했다.

'눈은 소리없이 내리지만, 쌓이면 거대한 소나무의 굵은 가지조차 꺾는다'

법정스님은
세상의 모든 짐과 욕망, 집착이 하나하나 쌓여 결국 인간을 무너 뜨린다며


"사람을 무너뜨리는 것은 큰 불행이 아니라, 쌓이고 앃인 작은 것들이라"
라고 일침을 한 것이다.

그날은
하얀세상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가로등불에게
내 영혼을 뺏겼던 첫눈이었다.

음악: Dr.Zhivago Lara's Theme
글과 사진/작성
이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