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땅에 첫발을 디뎠던 1973년 10월 23일,
Coopesburg , Pa 아주 작은 마을 아침 풍경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한국에선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Halloween'
자동차 앞유리에 투척된 계란과
양사방에 걸린 거미줄
영락없이 공포영화 분위기였다.
내가 맞이한 미국의 첫가을은
지난 19년 동안 내가 느끼고 기억된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날부터
가을풍경보다 더 낯선 언어와 문화
그리고
생김마저 다른 사람들 속에서
나와의 투쟁은 탄생되었다.
... 떠나라!
떠나는 것이야말로
그대의 재생을 뛰어넘어
최초의 탄생이다. 떠나라...
-고은의 떠나라 중에서-
@우리 집 단지 입구에서 만난 새벽풍경과 & 밤 풍경
이렇게 시월 안으로 성큼 들어서자
국화꽃, 호박 그리고 핼러윈 장식으로
동네전체가 시월 색으로 시선을 끌어당기기 시작한다.
그러고보니
51번째의 핼러윈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
세월은 빛의 속도보다 더 사정없이 내 젊음을 훔쳐갔어도
고난도 이민살이의 세월을 잘 버텨냈다는 당당함이
지금 서있는 이 자리도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점점
낡은 색으로 다가오게 될 시월의 방문객에 대한 호기심이
설렘만큼 불안과 대면 중이다.
내년엔 어떤 색으로 내 앞에 나타날지...
@ 어린아이들을 위해
며칠 동안 핼러윈 장식을 하는 뒷집 Judd네
늘 마음속에 잠겨둔 보물단지
그 긴 세월 동안 내 곁을 지켜준 한영사전
손가락이 닿기만 해도
부스스 소리를 지를 만큼 낡은 페이지들 사이엔
치열했던 내 흔적이 빼곡히 잠겨져 있다.
그새
51년.
음악: 가을의 속삭임- Richard Clayman
글, 사진/작성
이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