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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모습

큐팁 2022. 12. 27. 06:37

 

아주 오래전

그때는

'지상 외모주의'가 내 운명을 재단하는 최상의 무기요 자산이라고 여기던 때가 있었다.

그런 신념에 매달려 있다 보니 책가방 속에는 늘 손거울과 빗 그리고

모델 사진들이 교과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무리 신념이 확고하다 한들

환경과 배경이 받쳐주지 않다 보니 현실이 아닌 꿈속에서 부풀려 볼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신념은 이민 초기 미국 직장 생활까지 이어졌다.

 

내 컴퓨터나 키보드 앞에는 늘 손거울을 세워져 있었고

상사나 동료들의 눈치를 살펴가며 얼굴이나 입주변에 뭐라고

붙어있는지를 수시로 훑어보는 게 습관이 되기도 했다.

 

솔직히

워낙 기초가 부실하다 보니

꾸미고 다듬는데도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했다.

 

 

매일 남에게 보이게 되고 또 보게 되는 게 바로 '얼굴'

시간이 걸리는 내면에 비해 3초 만에 뚫리고 마는 첫인상으로

상대방을 판단하고 재단을 하게 된다는 보고서를 읽은 적이 있다.

 

긍정적인 이미지와

상대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서는 처음 보이는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인가 싶다.

 

그래서 부정적인 첫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200배의 정보량이 필요한 것도 

바로 얼굴에 불행의 얼룩과 행복한 무늬가 삶의 보증서로 새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동안

열심히 앞모습에만 신경을 쓰느라  뒷모습 (등) 에는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었는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돌아서 있는 등이 배신당한 등처럼 기운이 빠져 쓸쓸해 보이기는 건 무엇 때문일까...

 

 

늘 반듯한 외모와 반듯한 뒷 자세 이미지에 신경을 세우다가

어느 순간

'그럼 과연  내 마음의 평안은 어디서 올까...'라는 물음 끝자락으로

  내 속 모습이 어떤지 궁금해진다.

 

새해에는 제대로 탈탈 털어보고 싶다.

 

 

 

*core power class 당시

 

 

생텍쥐베리  '어린 왕자'에서  사막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안 보인다."

"무엇이든지 마음의 눈으로 볼 때 가장 잘 볼 수 있다"라고 조언한다.

 

만약

내 속 모습까지 제대로 실 펴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이 내게 달려 있다면

남은 내 인생도 멋지게 재단할 수 있을 텐데.

 

2023년에는...

 

 

 

 

 

 

 

음악: Chet Baker - Almost Blue

글, 사진/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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