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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표

큐팁 2022. 8. 2. 07:48

 

이번에도

엄지손가락으로

맨 끝에서 위로 주욱 밀어내어 

다시 아래서부터 끝까지 돌돌 말아 올려 꽉 짜낸다.

 

 

 

여러 차례 그렇게 해서 쓰고 나면 가위가 등장한다.

납작한 튜브를 해부하듯

가로세로 가위질로 벌려놓고는

칫솔로 빡빡 긁어내고 나야

미련 없이 쓰레기 통으로 버려지게 된다.

 

 

 

대부분의 가정처럼

다 쓴 샴푸나 세정제를 버리기 전에 

빈 통에 물을 넣어 흔들어서 몇 번 더 사용하듯이

얼굴에 바르는 스킨 제품도 버리기 전에

 옆으로 눕혀놓고 쓰다가

다시 거꾸로 세워놓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챙기는 게

일상적인 내 수순의 버릇이다.

 

그게 일반 주부들의 집단 습관이라면

나의 치약 자르기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면 별 짓이 아닐 수도 있다.

 

다만

 보는 사람의 시각과 개념에 따라  '알뜰'도 도가 넘으면

 '궁상' 떠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다시 치약 이야기다.

 

습관대로..

매번 하던 대로...

절개된 치약을 박박 긁어내다 보니

새 치약 뚜껑은 여는 사람은 언제나 남편이고

가족들이 던져 놓은 쭈굴 어진 치약을 (심지어 쓰레기통에서 줏기도)

찢고 발겨내는 마무리는 언제나 내 몫이었다는 사실이

오늘따라 억울하게 여겨진다. 

 

 

 

 

결국 나는 40년 결혼 생활하면서

새 치약 뚜껑 한번 써보지 못하고 마무리 치닫거리에 충실했던 사람이다.

 

이런 생활 습관은

간식거리를 먹을 때도 나타난다.

 

 

 

새로 산 과자나 칩 새 봉지를 오픈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큼직하고 반듯한 것부터 집어먹는다는데

나는 마치 정리하듯

잘라져 있거나 부스러기부터 먼저 집어 먹는다.

 

과일을 씻는다거나

호박, 고구마 등을 찔 때도

터지고 찌그러지고 못난 것에 손이 먼저 간다.

 

즐겨먹는 땅콩도

껍질이 깨어져 있다거나

빠져있는 알맹이부터 주워 먹는다.

 

봉지나 통 안에 반듯한 것만 남겨져 있으면 

먹을 때마다 새것처럼 보여지게 되면

 다음 사람이 아무렇게 어지럽힐 찬스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러한 내 습관에 대해 

언제

어디에서부터 시작이 되었을까 자문도 해보지만

새삼스럽게 이제 와서

 새 치약 뚜껑을 성큼 열어 쓴다거나

단단하고 신선한 것부터 먼저 먹는 버릇은

결코 나한테는 해당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에

한 표!

*

*

*

이게 

궁상일까. 

청승일까.. 

 습관에 불과할까.. 

 

그냥 '내 탓이다'에 몰표! 

 

 

*우리 텃밭에서

 

 

노래: Quando, Quando, Quando/ 혜원

 

글, 사진/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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