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엄지손가락으로
맨 끝에서 위로 주욱 밀어내어
다시 아래서부터 끝까지 돌돌 말아 올려 꽉 짜낸다.
여러 차례 그렇게 해서 쓰고 나면 가위가 등장한다.
납작한 튜브를 해부하듯
가로세로 가위질로 벌려놓고는
칫솔로 빡빡 긁어내고 나야
미련 없이 쓰레기 통으로 버려지게 된다.
대부분의 가정처럼
다 쓴 샴푸나 세정제를 버리기 전에
빈 통에 물을 넣어 흔들어서 몇 번 더 사용하듯이
얼굴에 바르는 스킨 제품도 버리기 전에
옆으로 눕혀놓고 쓰다가
다시 거꾸로 세워놓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챙기는 게
일상적인 내 수순의 버릇이다.
그게 일반 주부들의 집단 습관이라면
나의 치약 자르기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면 별 짓이 아닐 수도 있다.
다만
보는 사람의 시각과 개념에 따라 '알뜰'도 도가 넘으면
'궁상' 떠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다시 치약 이야기다.
습관대로..
매번 하던 대로...
절개된 치약을 박박 긁어내다 보니
새 치약 뚜껑은 여는 사람은 언제나 남편이고
가족들이 던져 놓은 쭈굴 어진 치약을 (심지어 쓰레기통에서 줏기도)
찢고 발겨내는 마무리는 언제나 내 몫이었다는 사실이
오늘따라 억울하게 여겨진다.
결국 나는 40년 결혼 생활하면서
새 치약 뚜껑 한번 써보지 못하고 마무리 치닫거리에 충실했던 사람이다.
이런 생활 습관은
간식거리를 먹을 때도 나타난다.
새로 산 과자나 칩 새 봉지를 오픈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큼직하고 반듯한 것부터 집어먹는다는데
나는 마치 정리하듯
잘라져 있거나 부스러기부터 먼저 집어 먹는다.
과일을 씻는다거나
호박, 고구마 등을 찔 때도
터지고 찌그러지고 못난 것에 손이 먼저 간다.
즐겨먹는 땅콩도
껍질이 깨어져 있다거나
빠져있는 알맹이부터 주워 먹는다.
봉지나 통 안에 반듯한 것만 남겨져 있으면
먹을 때마다 새것처럼 보여지게 되면
다음 사람이 아무렇게 어지럽힐 찬스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러한 내 습관에 대해
언제
어디에서부터 시작이 되었을까 자문도 해보지만
새삼스럽게 이제 와서
새 치약 뚜껑을 성큼 열어 쓴다거나
단단하고 신선한 것부터 먼저 먹는 버릇은
결코 나한테는 해당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에
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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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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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궁상일까.
청승일까..
습관에 불과할까..
그냥 '내 탓이다'에 몰표!
노래: Quando, Quando, Quando/ 혜원
글, 사진/작성
이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