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단조로운 모노톤 색만을 고집해오던 내가
어느 해 봄
샤방샤방한 옷감과 색상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요원만큼 용기나 자신감은 상승되지 못했는데
그건
낯설고 익숙하지 못한 것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는 내 소심한 성격 탓이다.
눈에 확 띄는 밝은 색상이나
대담한 패턴의 옷을 입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그 일이란
마치 청문회나 법정 같은 곳에서 증언을 해야 하는 만큼이나
떨리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에만 매달려 있던 어느 날
뷰틱 샵에서 걸려있는 치마에 마음이 붙잡히고 말았다.
샤방샤방하다는 표현이 적당한...
한 동안
옷장 안에서 끄집어낼 명분을 모색만 하다가
봄이 완연하게 내려지는 날
지인과 단 둘이 소풍길을 나섰다.
'옷이 날개다'라는 말의 힘인지
살갗을 건드리는 치마 바람 탓인지...
연꽃 밭을 맴도는 명주바람이 된 기분을 껴안고
나의 변신에 축제의 잔을 들었다.
낯선 것에 길들이는 일에는 늘 용기와 긴장감이 수반되지만
한편으로는
딱딱한 틀을 깼다는 통쾌함은 봄바람에 터져 나오는 꽃봉오리 마냥
내 마음 안과 밖에서 망울 망울 피어올랐다.
평생 67번의 봄을 맞아했어도
봄을 이렇게 느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치마 탓일까...
바람 탓 일까....
덕분에
나도 '봄' 한번 되고 말았다.
.... 민들레 꽃씨처럼 가벼워져
한 맘 두둥실 하늘로 올라가는
그리고 말간 햇살 화살처럼 날아와
심장에 파스텔 톤으로 깊이 박히는
봄, 봄이던가
정경임의 '봄이던가 중에서..
노래: Green Field/ Brothers Four
글, 사진/작성
이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