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람을 만나야만 말을 하게 되고
또 자기 생각과 감정의 움직임도 드러내게 된다.
우리가 매일 집을 나서면
길에서부터 사람을 보게 되고 사람을 만난다.
낯선 사람이나 소개로 사람을 만나게 되면
호기심과 기대감 때문에 설레기도 하고 긴장하기도 한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보다 낯이 익은 사람들과 계속 관계를 이어 가는가 싶기도 하다.
현대 가구가 아무리 세련되고 멋이 있어 보여도
손때가 잔뜩 묻어 반들거리는 古 가구에 정감이 더 가는 것처럼...
#1
어느새
한국보다 이 나라에서 산 삶의 기장이 훨씬 더 길어지고 있다.
더구나 여기 저기 옮기지를 못하고
계속 살던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으니
이제 이 자리가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
가끔 이민 초창기 때 잘 알고 지냈던 사람들을
우연히 만나면 '찡' 하는 울림과 떨림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도
반가운 고향사람을 만났기 때문일 게다.
그래서 잠깐 스치는 것이 섭섭한 나머지
언제 편한 자리를 기약하는 의미로
"전화합시다" 또는 "같이 식사나 합시다" 정도는
꼭 던지고 헤어진다.
그동안 나도 그런 인사를 수 없이 했던 것 같다.
교회나 마케팅 아닌
오붓한 장소에서 따로 만나자면서 얼굴 마주칠 때마다
그런 말로 합창하는 지인들도 많다.
#2
아마 나이 탓인지 모르나
그때의 시절로 다시 한번 거슬러 가고 싶은 그 마음이 내 마음이라 이해한다.
하지만
그러한 인사를 습관처럼 되풀이만 하고 정작 만남은 없다.
나 만큼 모두 바쁜 것이 현대인들의 실제 상황이라 넘기곤 한다.
그래서 시간을 핑계로
제시간에 일 마무리가 안 된다거나 인사 치례를 빼먹는것
그리고 바빠서 늦고 바빠서 不參 하면
설사 핑계 일지라도 그냥 그런가 해준다.
그런 식으로 서로 주고받는 것이 서로의 부담을 줄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식당에서 죽도록 바쁜 사람들끼리 식사를 하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만나고 싶은 사람과 만날 사람은 그렇게 만난다는 것이다.
#3
만나자는 말이 서로의 진심이면
우선순위에 올려놓고 어떻게든 만나지만
그 반대이면
기차 레일처럼 만남은 불가능한 것이 되고 만다.
모른 체하고 싶거나
피하고 싶은 사람을 뜻밖의 장소에서 정면으로 부딪히면
딱히 할 말이 없어 그냥 언제 한번 만나자는 말로 얼른 돌아선다.
나도 그렇게 피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물고기가 물속에서만 숨을 쉬는 것처럼
사람이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무엇과 소통이 가능할까...
만약 서로 말만 던져놓고 행동이 없다면
분명 관계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내게 대하는 태도를 관찰하므로
내가 그 사람에게 지금껏 해왔던 행동 전부를 알 수 있다."
평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싶다면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과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나를 비춰보면 그 사람들을 통해 투영된 나 자신을 보게 된다는 말이다.
즉
관계에 녹이 쓴 원인을 상대방보다 자신에게 찾아보자는 말이다.
누가 비슷한 말을 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모든 사람들은
그들이 맺어 왔던 관계들이 삶의 전부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하지만
삶의 마지막 순간에 지난날의 인간관계에 대해 후회하고 뉘우치는
그런 기회가 과연 나한테도 허락이 될까?
*Print by 이은애
노래: Solveig's song - Anna Netrebko
글, 사진#1,2,3 (펌 /작성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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