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찾아온 낯익은 방문객,
그 찬란한 유혹 앞에 게으름 피우던 나의 이성은
타오르는 감정과 재빨리 손을 잡는다.
나는 이 방문객의 덫에 여지없이 걸려 들고
절제 잃은 질서는 테두리 없는 흥분 속에서
손가락질 받는 몽유병 환자의 걸음걸이로
춤을 춘다.
아~~~ 나는
이 멋쟁이 방문객의 감동적인 몸짓에
마침내 두 무릎을 접어둔 채
일 년 내 내 감아둔 사랑을 풀어 헤친다.
쏟아 내리는 주황색 가루 속에 두 눈을 잠재우고
지독히 짧은 방문에 설움을 그리다 말고
함께 떠날 수 없음에 목이 메인다.
- 방문객/ 이귀옥 -
헤어지자
상처 한 줄 네 가슴에 긋지 말고
조용히 돌아가자
수없이 헤어지자
네 몸에 남았던 내 몸의 흔적
고요히 되가져 가자
허공에 찍었던 발자국 가져가는 새처럼
강물에 담았던 그림자 가져가는 달빛처럼
흔적 없이 헤어지자
오늘 또 다시 떠나는 수천의 낙엽
- 낙엽/ 도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