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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큐팁 2020. 7. 11. 07:10

코로나바이러스 재앙이 시작 될 즈음에

우리 집 바로 건너편 Dr. Andrew 부부가 살던 집에

젊은 부부가 이사를 왔다.

 

 

맨 처음 이 동네로 이사를 왔을 때

우리를 제일먼저 부드럽게 반겨 주었던 Dr. Andrew 부부는 

은퇴 이후 로는

그리스를 자주 방문 하는 걸 알게 되면서

노후 생활을 태어난 그리스에서 보낼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딸이 살고 있는 델라워어 주에다 정착 하기로 했다며

꼭 놀러 오라는 말은 남기고 떠났다.

 

지난 주에는 우리 뒷집에 새 가족이 이사를 왔다.

어린 딸 둘이 있는 앞 집과는 반대로 뒷 집에는 아들 둘을 가진

역시 젊은 부부다.

 

그동안 조용 했던 주변이

아이들이 노는 소리와 가족들이 줄줄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광경에서

갑자기 동네 공기에 힘이 잔뜩 들어 있는 듯 하다.

 

 

어제는 하루종일 집 뒤켠에 있던 나무들을 자르는 작업으로 분주 하더니

뒷뜰이 한결 깔끔 해졌다.

 

그동안 부뜨러진 나무와 낙엽 그리고 방치된 뒷 마당을 보며

스트레스를 쌓아왔던 우리로서는

이제서야

제대로 된 이웃을 만난 것에 뒷 마당처럼 마음까지 확 터졌다.

 

 

저녁 무릎에 아버지와 두 아들이 잘라진 나무 사이에서 놀이를 하고 있길래

먼 발치에 서서 "헬로우"  하며 손을 흔들어 통 성명을 나눴는데

앞 집 주인처럼 아주 젊었다. 

 

"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벌써 자리를 잡은 것이 참 대견하네  ..." 

며칠 동안 남편과 번갈아 가며 주고 받는 말이다.

 

불현듯

27년 전 시부모님과 두 아이를 데리고 이 동네로 이사 왔을 당시 우리 나이가 궁금해졌다.

여태까지 단 한번도 생각 못했던 그 당시의 우리 나이를 헤아보니 우리가 30대 후반이였다.

스스로 놀랜다.

 

요즘 들어  

앞집과 뒷 집 그리고 옆집 까지 집 단장에 열을 내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가 이 집을 새롭게 고치고 꾸몄던 그 기억에 기분이 좋다. 

 

 

어쩌면

그 당시 60대 중반이던  Dr. Andrew 부부의 시선에도 우리 부부가 대견해 보였을까...

 

이러한 상념의 마무리에는

새주인에게 우리 자리를 비워주는 그 장면이 나타난다.

 

속절 없이 흘러 가는 시간 앞에 할 말을 잃고 만다.

 

 

음악: Claude ciari - Le premier pas

글,사진/작성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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