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벽예배를 마친 후였다.
친교장소에서 잘 아는 성도님과의 대화 중에 그분의 입에서 '과부'라는 단어가 불쑥 튀어나왔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과부'라는 언어가 내 귀에 닿는 순간 절대 들어서는 안될 소리를 듣는 듯 내 귀를 의심했다.
생각해 보면 틀리거나 잘못된 단어를 사용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과부'라는 용어에 민망하고 불쾌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위키백과사전에는 과부(寡婦)를
남편이 사망하여 혼자 사는 여자를 뜻하는 말로,
한자어寡(적을/홀로 과)와 婦(부인 부)를 써서 '배우자 없이 홀로 지내는 여자' 로 풀이되어있다.
따라서 국가차원에서는 고아,나그네와 함께 사회적 약자로 '환과고독(鰥寡孤獨)'이라며
국가나 공동체의 보호가 필요한 구제대상으로 지정이 되어있다고 적시되어있다.

성경에서도
과부에 대한 하나님과 예수님의 말씀이 여러 차례 언급이 되어있는데
하나님은 과부를 억울하게 하거나 해롭게 하지 말라 명령하며,
교회가 이들을 돌보는 것을 참된 경건으로 여기며 예수님 또한
당시 사회적·경제적으로 가장 소외되고 불쌍한 존재였던 과부들에게 특별한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며
전 재산을 바친 과부를 칭찬하고,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과부를 위로하며, 불의한 재판장 비유를 통해
과부의 억울함을 들어주시는 등
과부는 예수님에게는 사랑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기록되어있기도 하다.

아울러
매주일 교회를 출석하는 나로서는 '과부'라는 단어 자체는 오히려 익숙되어 있을 만도 한데
그날 뜻밖에 '과부'라는 소리가 마치 신성한 장소에서 금기어를 듣게 된 것처럼
한동안 찝찝한 기분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내 자신이 궁금하기 시작했다.
사전에도 남편을 여의고 혼자된 미망인을 '과부'라고 정의되어 있고
또 성경을 통해서도 과부라는 단어를 자연스레 읽히고 있음에도
눈으로 읽을 때와는 달리 입으로 내는 소리에는 이토록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된 미망인들도 쉽게 만난다.
그러고보니
그들을 지칭할 때 단 한 번도 내 입으로 '과부'라는 소리를 내본 적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날 그 사람은 '과부'라는 말을 당당하게 말해버리는데 왜 나는 여태껏 그 말을 숨겼을까?
이런 의문이 화두가 되어 며칠을 지나는 동안 마침내 이런 생각을 낳게 되었다.
어쩌면 사별한 여인의 처지를 하찮게 여긴 나는
폄하하는 속내음을 의도적으로 억제하고 있었는지 모른다는..
이처럼 같은 단어를 놓고
용도에 따라 즉 읽을 때와 들을 때 그 간극의 차이가 듣는 사람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를 체험해 본 이야기다.

음악: Moonlight sonata(full) /Beethoven
글,사진(펌)
이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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