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칭구 Jennifer로부터 문자를 받자마자
대문을 열었을 때
난간에는 두 개의 박스에 담긴 채소들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jen 은
내 폰에 유일하게 이름대신 '칭구'로 저장이 되어있는데
그 이유는 밝히고 싶지 않고 다만 지난 15년간 한결같은 사이임을 강조하고 싶다.
그녀와 마주할 때마다
나는 Genuine이라는 단어와 오버랩하게 되는데
바로 그녀의 순수한 인성 때문이다.
전문사진작가로 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를
내 요가화보집의 사진편집 담당을 맡겼던 것도
나와 캐미가 딱 딱 떨어지기 때문이다.
함께 하면 편하고
내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자세를 하는 친구다.
외국인을 '칭구'라고 부를 수 있는 것도 내겐 기쁨이다.
아버지 텃밭에 있는 생물에서 나를 떠올리며 직접 집에까지 운전해 온 것도
내겐 넘치는 축복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결혼초기 때부터 알면서
이날까지 가까이에서 오고 가고 하는 친구가
농장에 재배한 옥수수와 블루베리 그리고 Berries Pie 등을 양손에 들고
가을 하늘색 같은 맑은 얼굴로 나를 향해 왔다.
가을소풍 가고 싶은 꿀떡 같은 생각을 접고
즉각 쪄낸 옥수수를 바깥에서 먹기로 했다.
고무줄 바지같이 편한 친구 덕분에
가을을 만났던 그날
부엌 한편에 담겨 있는 jen의 심성 색만큼이나
내 마음도
붉고 푸른색으로 말갛게 물들 수 있었다
음악: paris cafe
글, 사진/작성
이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