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아이들과 생업을 위해
치열하게 살던 그 당시에 맞이하던
연휴나 홀리데이와는 달리
이렇게 은퇴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연휴나 홀리데이에 어디로 떠나는 걸 양보하게 되었다.
구태여
인파가 붐비는 연휴에
은퇴한 우리까지 나서는 것보다
아직도 생업에 종사하고 있거나 집에 아이들이 남아있는
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리와 공간을 양보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느긋한 마음 차림도
막상 이웃이 다 빠져나간 듯 동네가 조용하다 싶으니
잠시
남의 동네 바람을 한번 입고 싶다는 생각에서 길을 나섰다.
한 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Bali'c Winery에 들어서니
눈앞에 질서 정열 하게 펼쳐진 포도나무들 가지가지마다
달려있는 포도송이 알맹이들끼리
살랑대는 바람에 흔들리며 뺨을 비벼대고 있다.
문득
홍문표의 '포도송이처럼' 시 한구절이
포도송이 사이로 피어 오른다.
'... 포도송이처럼
저 풍만한 가슴마다
파아란 하늘 가득가득
투명한 말씀 가득가득
오늘도 당신만을 기다리는
터질듯 그리운 설렘의 하루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옥구슬
이제는 주체할 수 없는 제 몸을 터뜨려
당신의 달콤한 먹이가 되고
누구에게나 반가운 향기가 되고
처음처럼 뜨거운 사랑이 되겠습니다.'
한나절 포도밭을 맴돌다
구월을 만나
상큼한 와인향에 취하고
노동절 휴식에 취하다 돌아왔다.
노래: 구월의 노래/패티 김
글과 사진/작성
이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