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폴더

페이퍼 타월

큐팁 2021. 2. 16. 10:41

 

 

태어나고 자란 곳을 떠나 남의 나라에 정착하려고 할 때

제일 먼저 낭패를 맛보게 되는 것이 바로 언어와 생활문화다.

 

#1

나의 문화충격의 시작은

미국 가정이나 사회 공동체가 아닌 바로 내가 제일 먼저 머물게 된

사촌오빠 가정에서 였다.

 

일찍이 미국에 들어와

부부 의사로 자리를 잡고 있던 사촌 오빠네 생활수준은

어린 내 눈에도 집과 자동차 그리고 주변 분위로 봐도 중산층 그 이상이었다.

 

특히 한번 먹고 쓰고 버리는 게 너무 많았는데

그 가운데 제일 먼저 받았던 충격은 바로

물기만 한번 쓰윽 닦은 종이 타월이

그대로 쓰레기 통으로 던져지는 것을 목격했을 때였다.

 

70년 당시 한국 내 사정은

행주나 걸레는 낡은 수건이나 헌 옷가지를 잘라 사용했고

심지어 시골에서는 신문지를 화장지로 사용하고 있던 때라

종이로 입을 닦고,종이로 걸레질을 

그것도 한번 쓰고 버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몇 번 더 쓰고 버리도 될 것을 그렇게 버리는 행위가 잘못 된 짓으로 보여

꼭 벌을 받을 것이라 생각이 들 정도로 내겐 충격이었다.

 

쓰레기 통으로 버려진 종이 타월을 몰래 끄집어내어 헹구고 말린 후

재사용하는 버릇은 그때부터 시작이 되었다.

 

그러한 습관은

결혼생활에서 알뜰하게 적용이 되어 다 쓴 세제 통에 물을 부어 흔들어 

여러 차례 사용한다거나 가위로 자른 치약 튜브를 칫솔로 빡빡 긁어내어

몇 차례 사용하는 걸 당연시했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받았던 스트레스 가운데

직원들이 몇 차례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나면

쓰레기 통에 수북하게 쌓이는 페이퍼 타월을 볼 때였다.

 

#2

미국 생활의 기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미국 사람들의 소비문화에 적응이 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종이 타월은 함부로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한 장의 종이 타월이

자기 역할을 야무지게 다 할 때까지 내 손에서 수차례  접힌다.

 

설사 내 죽기 전에 로또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아마 나는 여전히 함부로 종이 타월을 낭비하지 못할 것 같다.

 

이런 습관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알뜰한 또순이로...

또 다른 시선에는

궁상스러울 수도 있다 해도..

 

#3

 

음악: L'Amour Te Ressemble/사랑은 당신처럼

글, 사진(#1-3 펌)

 

 

 

 

 

 

'기본폴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 개의 효과  (0) 2021.03.29
나도 그리운 것들  (0) 2021.03.15
사람도 짐  (0) 2021.02.16
다락 방의 언어  (0) 2021.02.02
누굴 닮았을까...  (0) 2021.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