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고 자란 곳을 떠나 남의 나라에 정착하려고 할 때
제일 먼저 낭패를 맛보게 되는 것이 바로 언어와 생활문화다.
나의 문화충격의 시작은
미국 가정이나 사회 공동체가 아닌 바로 내가 제일 먼저 머물게 된
사촌오빠 가정에서 였다.
일찍이 미국에 들어와
부부 의사로 자리를 잡고 있던 사촌 오빠네 생활수준은
어린 내 눈에도 집과 자동차 그리고 주변 분위로 봐도 중산층 그 이상이었다.
특히 한번 먹고 쓰고 버리는 게 너무 많았는데
그 가운데 제일 먼저 받았던 충격은 바로
물기만 한번 쓰윽 닦은 종이 타월이
그대로 쓰레기 통으로 던져지는 것을 목격했을 때였다.
70년 당시 한국 내 사정은
행주나 걸레는 낡은 수건이나 헌 옷가지를 잘라 사용했고
심지어 시골에서는 신문지를 화장지로 사용하고 있던 때라
종이로 입을 닦고,종이로 걸레질을
그것도 한번 쓰고 버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몇 번 더 쓰고 버리도 될 것을 그렇게 버리는 행위가 잘못 된 짓으로 보여
꼭 벌을 받을 것이라 생각이 들 정도로 내겐 충격이었다.
쓰레기 통으로 버려진 종이 타월을 몰래 끄집어내어 헹구고 말린 후
재사용하는 버릇은 그때부터 시작이 되었다.
그러한 습관은
결혼생활에서 알뜰하게 적용이 되어 다 쓴 세제 통에 물을 부어 흔들어
여러 차례 사용한다거나 가위로 자른 치약 튜브를 칫솔로 빡빡 긁어내어
몇 차례 사용하는 걸 당연시했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받았던 스트레스 가운데
직원들이 몇 차례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나면
쓰레기 통에 수북하게 쌓이는 페이퍼 타월을 볼 때였다.
미국 생활의 기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미국 사람들의 소비문화에 적응이 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종이 타월은 함부로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한 장의 종이 타월이
자기 역할을 야무지게 다 할 때까지 내 손에서 수차례 접힌다.
설사 내 죽기 전에 로또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아마 나는 여전히 함부로 종이 타월을 낭비하지 못할 것 같다.
이런 습관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알뜰한 또순이로...
또 다른 시선에는
궁상스러울 수도 있다 해도..
음악: L'Amour Te Ressemble/사랑은 당신처럼
글, 사진(#1-3 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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