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제시카의 성이 Lee에서 Micucci로 바뀌는 날
우리 내외도 뉴욕에 도착했다.
아무리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다 해도
인륜지대사인 결혼식만큼은
한국전통 혼인식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동안 우리가 초대받아 간 결혼식 형식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하지만
세상만사가 그렇듯이
한판승부의 우승자는 언제나 부모가 아닌 자식이기에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결혼식 절차에 우리는 그저 이방인처럼 침묵 속에
어리둥절해야만 했다.
대신
" 그래 너희들의 생각대로 너희 좋은 대로 해라..."
이는
부모가 자녀의 결혼에 크게 상관하지 않는 풍조가 미국사회의 제도화에 합류하게 된
탓이기도 하다.
뉴욕시청에서 결혼증명서 발급은
결혼식을 집전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성직자, 법관의 서명이 꼭 필요하다고 되어있다.
모든 것은 딸의 의사에 맡기기로 했기에
그날 하루만큼은 새로운 결혼문화
특히 뉴욕스타일 결혼식 체험을 해보는 찬스라고 받아들이니
다소 편해지기까지 했다.
차라리 어떤 제도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의사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용기가 현대 사회에서는
오히려 능력이자 절대적인 삶의 방식이라 이해하게 되었다.
베이징 대학시절 만났던
스페인 그리고 영국에서 온 친구들과 여전히 친분을 쌓고 있다는 게
부럽기까지 했다.
내 기억에는
딸이 시집가는 날
특히 아버지는
신랑에게 딸을 넘겨줄 때 눈물을 적신다고 했는데...
변해버린 세상 탓인지 너무 당당해서인지
눈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 내외는
그저
둘만의 영원한 행복을 기원했던 날이었다.
잘 살 어 !!!
음악: Wedding Playlist
글, 사진/작성
이
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