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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팁 2021. 10. 7. 09:22

 

매일 아침

 부엌 창 건너편에 붉은 고개를 들고 있는 화초를  바라보며

요가를 하는 즐거움은 바로 팬데믹 시작과 함께다.

 

요가란

정신과 신체와 그리고 감정이 서로 통해야 하므로

 한지점에 오롯이 집중해야 하는 나는

창 너머 화초에 마음을 연결해놓고 요가를 시작하게 되면

저절로 온 몸이  이된다.

 

영어명: EUPHORBIA MILI (Crown of Thorn)

 

 

 

작년 한 해는

제라늄 덕분에 답답하기 그지없는 나날의 우울함을 이겨 낼 수 있었는데

바로

매일 아침 창 건너편에서 나를 바라보는 제라늄 때문이다.

 

찬바람이 불고 서리가 내려앉는 계절이 되자

그렇게 요염을 부리던 제라늄도 꽃과 잎이 시들어지면서

줄기도 제 빛을 잃고 마르기 시작했다.

 

손이 닿는 곳마다

마른 껍질이 바삭거리며 죽음 앞에 홀로 서 있는 것이 안타까워서

 지저분한 부분은 가위로 잘라내며 관찰하는 게 일과가 되었다.

 

 

 

겨울이 지나는 동안

붉은색은 사라지고 마른 색만 남아있던 제라늄

 봄이 다시 찾아오자 앙상한 줄기에서 소생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마치 생명은인  나에게 대한 예의인 듯...

 

숨을 쉬고 있는 듯 한 부분을 돌려가며  햇빛을 쬐어 주었더니

 줄기에서 새 가지가 생겨나고 여기저기 이파리들이 서로 안면 있다며 옹기종기 달렸다.

 

마침내 그 끝에서 꽃 봉오리가 맺히더니 작년보다 더 짙은 색으로

"저예요" 하며 내 앞에 나타났다.

 

 

 

은퇴 전

멀쩡한 화초를 죽이는데 일가견이 있던 나로서는

경이로운 사건이 분명하다.

 

가을에 접어드니

텃밭 풋고추 자리에 홍고추가 달려 텃밭 분위기도 가을이다.

 

베란다 테이블 붉은 여신들 옆에 사뿐히 데려다 놓았더니

  자기들만의  색으로 터질 듯 한 시샘을 흘리고 있다. 

 

 

 

 여름 내내 화분에서 키 자랑하다 죽어가는 베이즐 뽑아 버리다가

혹시나 해서 줄기 한 부분을 잘라내어

유리병에 자신감이랑 살짝 담가놨다.

 

당분간

다른 것은 안 보이고 

창  건너   색만 보게 될 것 같다. 

 

이 또한

 팬데믹 탓이라고 해야지  뭐 ~

 

 

 

음악: Flower Duet "Lakme"

글, 사진/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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