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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인연

큐팁 2020. 7. 1. 09:17



20년 전 

이제는 고인이 되신 윤 박사님 자서전 출판기념 행사 수고 댓가로 

내게로 왔던 동양란 한 그루



20년 동안 마치 자기가 안방 주인인 양 

창가에 곳곳하고 당당한 자세로 기분이 내키면

요염한 향내로 내 마음의 시선을 붙잡다가

창밖이 어둠이 스며 들기 시작하면

한마리 학이 내려 앉은 듯한 그림자 곡예로 

내눈에 내려놓아 주기도 했다.




 창도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고

어느덧 

물기도 기운도 서서히  빠져 나가는 눈치를 채기 시작할 때 즈음

창문을 열다 그만 방 바닥에 떨어뜨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야말로 '아뿔싸' !!




그건 

안고있던 아이를 떨어뜨리는 참사나 다름 없었고

깨진 화병 조각에 손도 갖다 대지도 못하고 쩔쩔 매기만 했다 .




 근근이 몇 가닥만 숨을 쉬고 있던 것을 제대로 보호 해주지 못했던 나의 자책은

한동안 

그쪽 창문을 아예 열 생각을 못하고 아픈 손가락이 되어

계절만 넘기곤 했다. 



해가 바뀔 때 마다

힘들게 숨쉬고 있는 줄기에 푸른 색이 사라지면 갖다 버리려고 했으나

해가 바뀌어도

고단한 푸른 줄기 선은 그 자리에서 여전히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평소 나를 아껴주던 자매 두분으로 부터

두 개의 서양 난을 선물로 받게 되었다.  


창가 지킴이 난의 수명이 다 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아셨을까  ...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손님이 들어닥친 셈이다.




늙은이 앉아있던 자리에 새 손님을 들이

안방이 신혼 방으로 변했다. 




"그래 미련없이 작별 하라는 계시다."




지난 20년간

아침마다 눈을 뜨면 고개는 자동적으로 창가로 돌아가고

그곳에는 언제나 제일 먼저 나를 반겨주던 친구.




이제는

아침마다 새로운 인연 들과 눈 인사로 얼굴을 익혀가는 중이다.  


한세대는 가고나면 또 다른 세대가 오듯

바스락 대던 자리에 막 터져나는 것들이 차지했다.




너와 내가 20년까지 버텨 낼지는 몰라도


우린

 '정' 같이 무리한 것은

 주지도,

 받지도 ,

느끼지 않으면 좋겠다.

*

*


올 초부터 COVI19 으로 

일상생활이 엄청 불편하고 힘들고 불안했는데

지난달 25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관에게 

무릎으로 목이 눌려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한 후 

현재 미전역이 시위, 약탈 , 방화 그리고 절도로 혼란에 빠졌다. 

한편 

들려오는 한국 소식 또한 상식적으로 이해도 판단도 서지 않아

 할말을 잃게 해주고 있다.   


살면서 시간을 재촉해본적이 없었는데

요즘은 무리하게 시간을 재촉한다.

빨리 

가을이 오고 겨울이 왔으면 좀 나으려나.... 

 이 답답한 현실을 억지로 외면하려고

 안방 창 풍경을 괜히 올려 본다.




글,사진/작성

음악: Beethoven - Pathetique Sonata 3rd Movement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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