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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편(方便)

큐팁 2025. 6. 18. 06:16

 

6월 3번째 주일은 미국 'Father's Day'이다.

이번에도 딸, 사위가 살고 있는 맨해튼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주말 비소식 예보대로 젖은 고속도로를 운전해서

4시경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외식보다는 집에서 딸이 직접 요리하기로 했다.

 

2 베드룸이지만 맨해튼 아파트의 부엌크기는 워낙 비좁아서

나까지 들어가면 돕는 게 아니라 방해꾼이 되기에 음식이 상에 오를 때까지

그저 앉아 있기만 했다.

 

평소 손이 큰 편인 딸아이는 

루이지애나에서 주문한 해산물로 한상 가득하게 차렸다.

 

배 터지도록 먹고도 남아있는 양이 많아 아래층 로비 직원들에게도 나눈다.

우리집으로 가지고올 몫도 많은 양이다.

누굴 닮은 손일까.....

 

 

허드슨 강변을 걸으며

밤 풍경과 마주 않아 와인 한잔을 하기로 했던 계획은

날씨 때문에

Chelea  지역에 있는 보울링장으로 바뀌었다.

 

 

보울링공 세 구멍에다 손가락 세 개를 끼어넣던 그 시절을 떠올리는 동안

우린 보올링장소에 도착했다.

 

 

누구의 코치도

누구의 눈치도 

볼 여유도 없이

 

옛날 옛적 그 젊은시절로 돌아가

남편도 던지고

나도 따라서 막 던지다 보니

 

 

STRIKE!!!

 

사위가 보이지 않은 정도로 신이났다.

 

 

 

다음 날 역시 흐리고 간간히 비도 내리는 쌀쌀한 날씨라

 

Chinatown 근처에 있는

'Hometown Hot Pot'에서 따끈한 브런치를 하기로 했다.

여태까지 들러본 어느 Hot Pot 식당보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실내구조와 분위기라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차례로 들어오는 여러 종류의 음식 가운데

겨우 Spring Rolls  몇 개만 집어먹는

사위 Bobby 

 

 

 

나중에 딸로부터 듣게 된 사실은

전통적인 미국사람식성인 Bobby에겐

국물에다 이것저것 담가서 먹는 음식이 익숙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끼리만 가겠다고 했지만 기어이 동참하겠다며 나섰다는 것이다.

 

 

안 먹은 건지

못 먹는 건지

상황파악이 제대로 안된 분위기에서

겨우 스프링 롤 몇 개 집어먹는 사위 앞에서

우리끼리 훅훅 불어가며 맛있게 먹고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잔뜩 남아있는 음식을 보고도 일어서야 했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

아버지날 선물이 든 박스를 열자마자

합창으로

"고마워 딸 그리고 땡큐 Bobby"

 

딸이라도 있기에 뉴욕도 자주 다니면서

호강도 한다는 둥글둥글한 생각만이

그나마 외로운 노후생활에서

살아남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jazz: Flying me to the moon

글과 사진/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