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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입히다..

큐팁 2024. 8. 5. 07:17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는

주로 가족 이야기와 남의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데 비해

나는 내 생각을 드러내는 편이다.

 

내가  평소 추구하고 있는 일에 대한 생각

내가 경험하는 일이 내 삶 속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는 편이다.

 

그건 바로

내 삶의 주인공으로 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나를 참 좋아한다.

자칫 나르시스티즘에 빠진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나를 잘 모르는 편에 서있는 입장에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해석한다.

 

 

 

 

나는 책임감에 철두철미하다.

그 사명감이 되레 나를 힘들게도 하지만 

 그 모든 책임에 대한 나의 판단이 어떠한 결론이 될지언정

"어떻게 그런 생각까지..

너 참 대단하다야..."로 나를 응원해 준다.

 

그런 믿음이 나에게 용기와 힘이 되는 자양분이 되고

나를 의지하게 되는 이유로 충분하다.

 

 

나는 잘 참는다.

70년 가까이 살아오는 동안

감당하기 어려운 사고사건들 혼자 헤쳐 나오기에 벅찬 일

'을'의 자리에서 피해자로

몸서리치게 울부짖고 싶을 때도

나는 서툰 행동이나 반항 대신 침묵에게 양보한다. 

간혹

서투른 판단으로 인해 낭패를 당하거나

귀중한 물건을 잃어버릴 때도

나는 나에게  

"IT'S ONLY MATTER OF MATERIALS" 라며 다시 세워준다.

 

 

 

나는 욕설을 할 줄 모른다.

욕설 문화 전문가이자 '욕은 이롭다'의 저자 엠마 번 박사는

"욕설은 정의 내리기 참 애매한 분야"라고 했다.

박사에 따르면 우리는 충격에 빠지거나 매우 놀라울 때,

누군가를 모욕하고 싶을 때, 혹은 뭔가 흥미로울 때 욕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입에서는 욕이 나오지 않는다.

 

한 번은

욕을 하는 상대방에게 욕으로 대들려고 했다가

흰 종이에다 손가락욕을 스케치해서 상대방에게 마구 흔든 적이 있다.

이런 성향인 내가 대견해서 감사를 한다.

 

 

나는 명품에 무관심하다.

당연히 명품소유자는 내게 부러운 존재가 되지 않는다.

 

 몇 푼짜리 가방을 들고도

 고가의 가방을 든 사람들과 어울려도

당당한 이유가 명품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대신 

나를 꾸미고 가꾸고 챙기고 관리하는 일(정신과 육신)에는 적극적이라

  취미와 특기로 일상에 작용되기도 한다. 

 

어릴 적부터 나는 만화 속 여주인공을 그리는 일로 밤을 새우곤 했다.

 책가방 속에는 만화책과 빈 공책 그리고 색연필 등이

교과서 보다 주인공 행세를 할 정도였다.

 

 

 

연필로 그려놓은 여자아이와 다양한 색으로 칠해진 각종류의 옷을

가위로 정교하게 잘라 

여자아이에게 입히는 놀이에 흠뻑 빠지곤 했다.

 

 

 

수업시간 선생님이 눈치채지 않도록 책 밑에다 만화책을 깔아놓고 힐끗거렸다고 

오늘날까지 그 이야기를 들춰내는 고향친구도 있다.

 

학창 시절 정서적인 능력을 재는 척도인  EQ 감성지수 결과가 (emotional quotient)

IQ 지수보다 월등했던 것도

이러한 나의 성향이 지금까지 그대로 진행으로 되어오고 있다.

 

 지금도 나는 잠자리에 들게 되면 다음날 입게 될 차림에 대한 생각만으로 기분을 환승시킨다.

 

옷장 속에 걸린 모든 옷가지를 스캔닝 하면서 

계절과 날씨 그리고 그날의 분위기를 상상하며 적절하게 어울리는 옷을 입고

런어웨이에 걷는 상상으로 나만의 무대를 탐구하곤 한다.

 

패션 스타일리스트가 되는 꿈을 안고 미국에 도착했던 그 소망이

꿈속에서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 원장님은 나의 이미지가 강인하다고 했다.

맞다

나는 강인한 인격체다 그에 대해 1도 고민 않고 인정한다.

 

가수 심수봉이 최근에 라훈아와의 순간을 실토할 수 있는 그 용기  

나이만큼 자신감도 생긴 것과 같은 맥락이라 믿는다.

 

나 역시 나이와 더불어 두려움이 있던 자리를 용기와 솔직함이 대신한다고 믿는다.

 

 

 

겉모양에 정성을 기울이는 만큼

 나의 내면을 정리정돈으로 다듬는데 최선을 다하는 게 나의 철학이다.

 

미국땅에 도착한 다음날부터 지금까지 일기를 쓰는 것도 같은 맥락(definition) 일 것이다.

 

내가 이러한 사람이요 라며 떳떳하게 공개할 수 있는 용기는 

 바로

나의 일거수일투족 (一擧手一投足)을

  70여 년을 함께 해오고 있는 나 자신이 증인이기 때문이다. 

 

나를 배신하지 않고

나만 믿고  나의 판단에 기댄 채 나랑 끝까지 간다는 것을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내가 참 좋다

 

용기를 입히고...

격려로 덮이고...

신뢰로 입히고...

무엇보다

사랑으로 덮이고...

 

"사랑한다"는 이 숭고한 언어의 자기 최면

이러한 나르시스티즘이야말로

나를 끝날까지 당당하게 데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Till  THE End of Day!!

 

*장원우작가

 

 

 

노래: she / Elvis costello

글, 사진/작성